1. 계단실, 숨기는 것이 디자인이다
중소형 건물 설계에서 가장 난감한 요소 중 하나는 계단실입니다.
법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종종 건물 외관의 조화를 깨는 원인이 되곤 합니다.
특히 상가 건축에서 계단실이 전면에 노출되면 그 자체로 시각적인 이질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계단실을 눈에 띄지 않게 감추거나, 건물의 일부처럼 녹여내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좁고 긴 대지에 건물을 지을 경우, 전면은 상가,
후면은 주차장으로 구성하고 계단실은 뒤쪽에 배치해 전면 입면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주차공간을 막다른 골목과 연접시켜 효율적으로 설계함으로써, 협소한 도심지에서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2. 계단실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전략
계단실을 감추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정면에서 계단이 보이지 않도록 벽체 안에 완전히 숨기는 설계가 대표적입니다.
계단실에는 측면에만 창을 내고, 전면은 불투명한 벽으로 마감하여 외부에서 전혀 인식되지 않도록 합니다.
유리를 활용해 채광을 확보하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계단을 시각적으로 제거하는 데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설계를 적용하면 건물의 전면 디자인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여 일체감을 줍니다.
도시 풍경과의 조화도 높아지고, 브랜드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장점도 생깁니다.
3. 계단실을 통합하는 입면 설계
계단실을 감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벽으로 덮는 것만이 해법은 아닙니다.
건물 전체의 비례, 리듬, 재료, 색상이 함께 어우러져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예를 들어, 유리창의 연속성을 끊는 수평 턱을 만들거나, 코너 창과 벽돌 마감을 혼합하여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식도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에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 홀을 창 없이 조명만으로 처리해,
외관은 마치 미술관처럼 묵직한 인상을 주고 실내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도 있습니다.
유리와 불투명 벽의 대비를 이용해 오히려 계단이 없는 듯한 시각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계단실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건물의 아이덴티티를 결정짓는 주요 디자인 요소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