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과 복도 설치, 왜 그렇게 중요할까?
계단과 복도는 단순히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거나 공간을 이어주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건축물 안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위급 상황에서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명의 통로입니다.
화재, 지진, 붕괴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는 피난 경로가 바로 계단과 복도입니다.
따라서 설계자와 시공자, 감리자 모두가 이를 단순 구조물이 아닌 안전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건축법은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계단과 복도의 설치 기준을 매우 엄격하고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축법 시행령 제48조와 피난·방화 구조 규칙 제15조는 실무자가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핵심 조항입니다.
설계나 시공 경험이 많은 전문가일수록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관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생명을 지키는 안전 설비일수록 그 자세는 매우 위험합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사항은 ‘연면적’입니다. 연면적이 200㎡를 초과하는 경우,
계단과 복도의 설치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한 상세한 기준을 따라야 하며,
이 기준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강제 사항입니다.
여기서 연면적이란 지하층과 지상층을 모두 포함한 전체 바닥 면적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평형으로만 따지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면적 계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다세대주택이나 기숙사처럼 건축 용도에 따라 별도의 기준이 적용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건물 용도에 따른 법령 검토도 병행해야 합니다.
계단과 복도, 설계 전 반드시 체크할 기준들
계단 설치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유효 너비’입니다. 이는 손잡이나 난간을 제외한 실제 보행이 가능한 순수한 계단 폭을 의미합니다. 유효 너비가 1.2m 이상이어야 한다는 법적 기준은 단순히 종이에 적힌 숫자가 아닙니다. 실제 준공 시 마감재를 포함하면 벽체 중심 간 간격이 훨씬 넓어야 하기 때문에, 설계 시점부터 충분한 여유를 두지 않으면 준공 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계단의 단 높이는 18cm 이하로 제한되어 있으며, 단 너비는 26cm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는 사람의 걸음걸이에 맞춰, 보행 중 넘어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 기준입니다. 단 높이가 높아지면 보행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단 너비가 좁으면 균형을 잡기 어려워 사고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층고가 3m를 초과하는 경우, 반드시 중간에 ‘계단참’을 설치해야 하며, 이 공간 역시 유효 너비 1.2m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구조적인 필요를 넘어서, 피난 중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생명 보호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계단의 높이가 1m를 넘으면 반드시 난간을 설치해야 합니다. 만약 계단 양쪽이 벽으로 되어 있어 난간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손잡이 설치가 의무입니다. 이때 손잡이의 높이는 85cm, 손잡이 지름은 3.2~3.8cm, 벽과의 간격은 5c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이 역시 단순 기준이 아니라 법령상 명시된 수치입니다. 준공 후 불합격 처리되는 주요 원인이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얼추’가 아닌, 법령 해석이 우선이다
복도 역시 계단과 마찬가지로 연면적 200㎡ 초과 여부에 따라 유효 너비 기준이 정해집니다.
기본적으로는 1.2m 이상, 공동주택·판매시설·문화시설 등의 경우에는 1.5m 이상 확보가 요구되며,
이는 피난 시 다수 인원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화재 발생 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빠르게 빠져나가려 하므로, 좁은 복도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사고를 유발합니다.
회전형 계단인 ‘도름 계단’의 경우, 폭이 좁은 쪽 끝에서 30cm 떨어진 지점의 단 너비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이는 실제 사람이 가장 많이 디디는 위치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계단을 대신해 설치할 수 있는 경사로는 ‘장애인 편의 증진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합니다.
경사도는 1:8 이하, 유효 너비는 1.2m 이상 확보해야 하며,
시작점·종점·굴절점 등에는 1.5m × 1.5m의 활동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다만 기존 건물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0.9m 너비까지 허용되기도 하지만,
신축 건물이라면 반드시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30층 이상, 49층 이하의 준초고층 건축물은 직통 계단의 유효 너비 기준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공동주택은 1.2m 이상, 그 외의 건축물은 1.5m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
모든 계단이 피난층 또는 피난 안전 구역으로 직접 연결되어야 합니다.
또한 공연장, 종교시설, 노유자시설, 학원 등 일정 용도의 3층 이상 건물은 직통 계단을 2개 이상 설치해야 하며,
이는 인구 밀도가 높은 공간에서 피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결론적으로 계단과 복도 설계는 단순한 구조 설계가 아니라 생명 구조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법령은 경험보다 우선이며, 현장의 관행보다 법조문의 정확한 해석과 적용이 더 중요합니다.
실무자는 이를 숙지하고, 매 설계와 시공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